조직위원들을 찾아가는 작은 인터뷰 코너! 각 영역과 지역에 있는 조직위원들이 어떤 설렘과 기대를 갖고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조직위원을 나이순으로 정렬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고령층에 속할 최현숙 조직위원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조직위원회 릴레이 인터뷰 ⑦ :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님
"실패하더라도 털어놓고 얘기하자."
Q. 안녕, 현숙? 자기소개 해줘!
57년생이야. 너보다 나이가 훠얼~씬 많아. 지하철 공짜로 탄지 2년이나 됐어. 하하하.
나는 87년에 천주교 사회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어.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진보정당 활동을 십년정도 했고, 2008년부터는 노인 돌봄 현장으로 가서 요양보호사를 했어. 그때 내 나이도 50대 중반에 들어서는 시기였고, 노인 돌봄 현장에서 밥을 벌면서 소신을 실천하고 살자 이런 생각이었지. 그때는 요양보호사 협회였는데 아무튼 그렇게 노동조합도 하고. 지금은 구술생애사 작가를 하고 있어.
Q. 종교단체, 진보정당, 노동조합이라니. 안 한 게 없네! 총선 앞두고 요즘 정치를 보면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 어때?
처음 사회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늘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민중의 정치세력화. 그런데 시작이 천주교였으니까 늘 진보정치 운동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 민주노동당 이전의 진보정당들에 대해서도. 그러다가 2000년에 민주노동당에 간거지.
총선? 글쎄, 나야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은 모두 보수정당이라고 보니까 그쪽에 대해서는 더 실망스러울 것도 없어. 별수없이 뉴스가 나오니까 듣는 정도지. 문제는 그들에 대한 대안세력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거.
2004년도에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을 10명 만들었어. 벌써 20년 전이네. 처음에야 10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사실 국회의원 10명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 10명을 배출한 민주노동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들 안에 제대로 기반을 다지면서 진보정치의 바탕을 만드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의 힘은 정치화된 노동자를 통해서 나와야 하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만들어진 것 같달까. 진보정당은 제도 정치에서의 권력이 목적이어서는 안 되잖아. 노동자 서민, 민중의 힘을 모아내는 속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권력을 확장해야지.
Q.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잖아. 80년대 민주화투쟁이나 노동자대투쟁같은 폭발적인 운동부터 현재 다양한 의제 운동까지 폭넓게 경험한 입장에서 요즘 사회운동은 어떤 것 같아?
사회운동 의제가 다양해지고 분화된다는건 그만큼 다양한 요구와 계층, 직종, 상황이 있다는 의미겠지. 그래서 사회운동이 계속 다양해지는건 좋은데, 자칫하면 전문화되고 고립되기 쉬운 것 같아. 체제변혁에 대한 전망을 내려면 각각의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내야 하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이 복잡한 현실을 각자 떨어져서 어떻게 잘 읽어낼 수 있겠냐는 거야.
물론 내 세대는 이렇게 운동이 다양하지 않았었지. 정권을 상대로 한 전민(전국민중/전국민주화) 뭐 이런 이름으로 시작하는 투쟁체가 늘 있었고. 꼭 그게 좋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이 사라지기만 하고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으니까 문제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체제전환운동 포럼 좋았어. 각자의 생각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라서. 포럼이라는 형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모이고 싶은 진영들이 모여서 토론해보자, 그런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건 시간을 두고 계속 해나가야 하는 문제야. 나는 늘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댔잖아? 근데 또 계속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거듭해서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털어놓고, 방향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우리 해마다 정세토론하고 전망 내놓고, 전략전술 짜고 그러잖아. 그게 뭐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상황은 또 바뀌고 그러지만, 그러면 또 수정하고 그래야지. 이 과정 없이 각자 하면 고립 되서 지치거나, 운동을 관성적으로 하게 되거나 그런거 같아.
Q. 계속 실패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니. 좀 슬픈데 그래도 마음이 단단해지는 말이다. 나는 과거 운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 궁금하단 말야. 그때의 운동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
그때는 사람들을 만나서 학습을 많이 했어. 학출(학생운동 출신)들이 기층(대중)을 조직한다는 의미로만 학습을 생각하면 좀 폐단이 있지만, 사람들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가서 토론하는건 중요하거든. 토론과 학습을 통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위치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다른 전망을 세우게끔 하는 것. 이것이 한 개개인의 각성을 넘어 조직적인 힘으로 묶이게 하는 것. 지금 부족한게 있다면 그런게 아닌가 싶어.
요즘은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여기 개입해서 네가 당하는 불이익에 대해 내가 이런걸 해줄 수 있다, 이렇게 많이 하잖아. 물론 해야하는 일은 맞는데, 그냥 서비스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제대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거지. 그래야 단순히 이해여부에 멈추지 않고 세계관을 바꿔갈 수 있고. 또 그러면서 서로 배울 것도 많고말야. 조직하고 회비 받고 그걸로 또 조직 유지하는거? 그것만 하느라 저 권력들한테 패배한 거 아닌가? 신자유주의 세력들한테 다 져버렸어. 크크크.
Q. 좋다 좋다. 같이 잘 해보자. 체제전환운동을 같이 하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다 했는데 뭘 또해! (그래도 좀 해줘) 하염없이. 그리고 희망없이. 나는 이 말을 가끔 하는데 그때마다 무슨 뜻이냐고 질문도 많이 받았어, 하하. 글쎄, 너무 많이 절망해서 그놈의 절망은 또 올지 모르니까 차라리 희망없이 해보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내 인생에 다 안 되더라도, 이렇게 하다 끝나더라도 그 시도와 노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기도 해. 이게 어디선가 언젠가 또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잖아.
체제전환운동 얘기가 나올 때 처음엔 ‘어머, 이런게 생겼네’ 그러고 쳐다만 보다가 ‘그래, 해야지 해야지’했어. 약간 말렸는데, 아냐 말린 것 아니고 진짜 하려고 했어. 하하.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것. 그런 노력이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이제 뭐 67세니까, 내 인생 끝까지 제대로 된 진보정치 못 볼 수도 있다고 봐. 그래도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을 신나게 하면서 죽을 생각이야. 시도하다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별 일이 다 생기겠지. 그래도 이런 실패의 경험이 우리에게 또 어떤 새옹지마가 될수도 있고... 실패하더라도 털어놓고 얘기하자. 그걸 잘 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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