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들을 찾아가는 작은 인터뷰 코너를 꾸렸습니다. 각 영역과 지역에 있는 조직위원들이 어떤 설렘과 기대를 갖고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첫 번째 인터뷰는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활동가와, 두 번째 인터뷰는 미류와 명교, 두 분의 공동집행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체제전환운동, 그거 뭔데? 어떻게 하는건데??? 체제전환 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의 시작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끝까지! 놓치지 마세요😉😉

조직위원회 릴레이 인터뷰 ② : 공동집행위원장 미류, 명교
"체제전환, 아직 완전히 알 수 없지만 당신과 함께 걷겠습니다!"

Q.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 어떻게 꾸려지게 된 것인가요?

미류 : 음... 조직위원회를 기획했다고 하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체제전환운동의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나까지? 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이 마음, 너무나 이해합니다. 왜냐면 제가 몇 년 전까지 그랬거든요. 하하. 누군가 주장이든 방향을 잘 만들어주면 나도 슬쩍 따라가야지? 하는 마음.

어느 순간 기다리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커진 것 같아요. 문재인 정부 내내 지속된 난맥상이 가장 중요한 원인일 텐데요.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들은 배반당하고, 정치는 자신들끼리의 시끄러운 싸움에만 몰입해 있죠. 하지만 사회운동도 더 진전된 질문을 던지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조국 수호/반대 같은 답답한 질문에 처해야 했고, 박원순 사건에서 흔들리는 입장을 보면서 사회운동의 흐름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을 꾸렸는데, 답답함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명교 : 지금 사회운동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총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 무기력한 모습이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두 가지 측면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운동 전반의 기대와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현재 살고있는 사회가 가진 핵심적인 문제, 전선이 무엇이냐에 대한 분석이 다르다는 뜻이겠죠. 두 번째로는 사회운동의 단절인데요. 사회운동 전반을 아우르는 연대운동이 활력이 있을 때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토론하고, 방향을 도출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런 것을 만들 구심점이나 경험의 역사가 단절되었다고 봐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각 활동은 자신들의 경향성에 갇혀있고, 협력은 유기적이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각자 하는만큼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건 아닐까 싶어요. 체제전환운동 포럼을 통해서 단절을 뛰어넘어 평가와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토론을 열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지금의 난맥상을 돌파할 힘도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데요, 모이고 서로를 확인하면 내 운동을 더 잘해보자는 계획도, 함께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는 희망도 생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앞으로 뭘 하자’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자리군요?

미류 : 맞아요. 지금 체제가 위기라는건 현 체제가 자신의 질서를 재생산하는 것조차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현 체제는 여기저기 균열이 있고,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바로 그 지점에서 사회문제들이 터져나오고요. 각 사안별로 문제에 대응하다보면 운동들조차 공동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지죠.

사회제도가 정합성을 갖고 굴러갈 때는 이에 맞서는 사람들도 이해관계를 조직하기 수월하다면, 지금은 사회제도 자체가 균열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럴 때 우리는 체제라는 관점과 수준에서 현실을 이해하고 정세를 분석하고 운동을 돌아보는 작업을 해야할텐데 그런 시간을 갖기가 참 어렵죠. 한국의 사회운동은 그렇게 자기 역사를 그려낼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87년에 확장된 사회운동의 문이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좁아지고, 정규직/비정규직이나 남성/여성, 도시/농촌과 같은 갈등적인 쟁점은 안팎으로 형성됐죠.

2008년 촛불 집회가 있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왔다’고 환호하기도 했어요. 참여자들의 자발성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광장에 있던 개인들이 현실로 돌아가면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 고립된 각자도생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조건을 함께 바꾸려는 노력을 우리는 어떻게 ‘중요한 실천’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속을 어떻게 꾸려낼 것인가. 그게 저는 우리가 토론해야 할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명교 :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평소에는 잘 모르던 다른 운동의 상황이나 쟁점에 대해 알게되면 오히려 내 운동의 깊이나 전망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단단해지는 일들이요. 이를 통해서 더 총체적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내 운동을 이해하는 일이 반복되었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단절되어 있으면 실제 자신의 상태보다 더 왜소하게 스스로를 평가하게 되잖아요. 반면 연결될 때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얻게 되고요. 체제전환운동 포럼을 통해 조직위원들이 경험했으면 하는 일은 바로 그런 연결인 것 같아요. 지금 포럼의 다양한 세션을 여러 활동가들이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데요, 전망과 시야가 확장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단지 몰랐던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서로의 운동을 넘나드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체제전환운동 포럼은 그 여정의 시작점이고, 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을 결의하는 자리가 정치대회, 정치대회를 통해 그 다음의 열린 길을 꿈꿔볼 수 있겠죠.

Q. 체제전환 운동에 풍덩 빠지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요?

명교 : 체제전환이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이번 포럼이나 정치대회를 으레 열리는 행사로 생각하지 말고, 내 주변 사람들을 공들여 조직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운동의 전망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열리는데 같이 가자, 혹은 이런 자리가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가 돼, 지켜봐줘 라는 얘기를 하는 일이 잘 없잖아요? 어쩌면 처음 해보는, 혹은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해내야 할텐데 저는 이 과정을 힘있게 해나간다면 이번 조직위원회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유무형의 기대와 설렘, 결의를 모아가는 날들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미류 : 포럼에 오는 분들이 세 가지 반응을 보여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는 앗! 나만 모르는 거 아니었어, 나만 힘든거 아니었어! 이런 안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둘째, 그래도 나는 이만큼은 다르게 해봐야겠다, 내 운동을 더 잘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고요. 세 번째로 저 운동이 앞으로 뭘 할지 기대되고 궁금해.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그러면 그 다음 정치대회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해’라는 질문이 생기겠죠?

딱 포럼이 끝난 뒤에 이만큼의 변화를 만들어야지 생각하는건 좀 어렵긴한데요, 한 5년 뒤에 우리가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있어요. 활동이랑 관계없는 친척이나 친구를 만나면 별로 할 말이 없잖아아요. 집값은 오르고, 애는 맡길 데도 없고, 보험은 어디가 낫고. 이런 얘기들이 오갈 때 그저 듣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사회가 사람들에게 주는 선택지가 너무나 없으니까. 사회운동의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태세를 우리가 만들면 좋겠어요. 개개인의 삶을 개인과 가족들에게 떠맡기고, 안되면 빚내라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사회운동이 스스로 갖자는 거죠. 그렇게 5년, 10년 뒤를 생각하면 오늘은 누구와 무엇을 해야할까? 더 적극적인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조직위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류 : 낡은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은 오지 않았다는데. 저는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결국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니 세상을 바꿀 무기도 우리에게 있는 무언가로부터 나오겠지요? 이 새것을 조직위원들과 함께 꾸려가고 싶습니다. 아자!

명교 : 위기의 시대니까 이렇게 가야한다 저렇게 가야한다 말하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그만큼 무엇이 나은 길인지 분별하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늘 무섭고 겁이 나는데요. 작은 용기를 모을 때인 것 같아요. 각자의 작은 용기를 모으면 좀 덜 무서울테니까...? (웃음) 그렇게 모인 용기로 중요한 ‘사건’을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직 완전히 알 수 없지만 당신과 함께 걷겠다!'가 두분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 또 다른 조직위원의 이야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