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드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넘어🙏 - 체제를 바꾸는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향해](https://cdn.prod.website-files.com/6560be4e64c0b2220d95cf2e/68615a241aaab633616312f0_2024_ssch_reading_07.png)

매월 첫째 주를 기다려주세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충현 님이 돌아가셨어요. 쇠막대나 선반을 가공하는 밀링작업을 해 온 김충현 님의 소속은 2차 하청업체였어요.
- 👬 2인 1조 작업규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 ⚠️ 필요한 안전장비는 미흡했고
- 🪑 사고 직전 ‘작업전 안전회의’(툴박스 미팅)의 참여자는 김충현 님 한 사람 뿐이었어요.
그의 죽음 이후 회사는 ‘오더(주문)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며 책임부터 회피했어요. 회사의 변명 한마디가 마음에 가시처럼 박히는 이유는, 중대한 재해가 발생해도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부인해 온 여러 기관과 책임자들의 얼굴이 익숙한 탓이겠죠.
2024년도 산재사망 노동자는 2,089명이라고 해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위해 ‘잊지 않겠다’고 함께 약속한 이들의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재해는 왜 반복되는지, 이를 막기 위한 노동안전 운동의 요구는 무엇인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이뤄낼 체제전환은 무엇일지… 오늘의 읽어드림 가이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님과 함께 알아가봐요!📣
기억해야 할 이름들: 문송면, 원진레이온, 그리고 이상관
🏷 문송면, 산재 노동자들의 맨 앞에 선 이름
1988년, 영등포에 있는 협성계공에는 태안에서 상경한 문송면이라는 17세 노동자가 있었어요.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17세 노동자 문송면은 불면증과 두통, 식욕감퇴, 허리와 다리 통증 등을 앓았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었어요.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그는 그의 직업을 묻는 의사를 만난 이후에야 수은 중독이라는 병명을 찾을 수 있었고요. 문송면은 이후 산재 노동자들의 투쟁의 가장 앞에 적히는 이름이 되었죠.
✊ 원진레이온, 산재추방운동을 이끈 노동자들의 투쟁
‘직업병’이 있음을 알게 된 노동자들은 좀 더 뚜렷하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돼요. ‘왜 자꾸 아프고 다치게 되는 거지?’ 1988년, 원진레이온의 노동자들 역시 의문을 던져요. 1,500여 명이 근무하던 원진레이온에서는 레이온 천을 만들기 위해 이황화탄소를 사용했는데요. 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로도 사용된 유해물질이었다고 해요. 그 결과로 원진레이온에서만 1천여 명의 중독환자와 12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요.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투쟁은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과 전국적인 산재추방운동으로 이어졌어요.
🚫 이상관,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노동현장’으로
이후에도 일하다 아프고 죽음에 이르는 문제를 산업재해로 고발하는 운동이 이어져요. 더불어 산업재해에 대한 배보상을 넘어 산업재해 없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또한 깊어졌고요. 1999년, 노동자 이상관의 죽음은 이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산업재해 후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고 퇴원 조치된 이상관 님은 힘겹게 통원치료를 이어가다 절망 끝에 목숨을 끊었어요. 이후 155일에 걸친 투쟁으로 이상관 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임을 인정받았어요.
이후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전문가에 의해 진단되는 질환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을 기준으로,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작업과 현장의 새로운 규율로 노동 현장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법과 제도를 바꿔도 산업재해는 제자리?
그야말로 피땀눈물로 가득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러 법을 제정·개정하는 성과로 이어져요. 이제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되었고,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되었죠. 국가 차원의 위험성 평가나 중대재해보고서 공개, 작업중지권 확대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고요.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산업재해는 반복될까요?😡😭
“예전(중대재해 예방 컨설팅 전)에는 ‘왜 그랬어?’, ‘개선책이 뭐야?’ 이 정도였다면 요새는 ‘안전센서도 있고 비상스위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 작업했느냐?’ 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작업자들은 한당된 물량을 채우느라 기계를 세우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하다 다치는건데.”
- 박종대 말레동현화성지회 노안부장 인터뷰 중
📑 “너 말야, 매뉴얼 지켜! 왜 매뉴얼 안 지켰어?” 자본의 책임 돌리기
자본이 언제나 산재 사망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는 건 익숙하죠. 김충현 님이 ‘오더하지 않은 작업’을 했다고 주장한 태안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문송면 님의 죽음에 대해 회사는 ‘시골에서 농약 중독이 돼 아픈 것’이라고 우기기도 했어요. 법과 법률이 발달하는 틈새에서 이 ‘책임 돌리기’는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 기준을 도입하면 자본은 이를 노동자 개개인의 몫으로 떠넘기기 때문이죠. 안전 매뉴얼을 노동자 개인이 지켜야 하는 것으로 만들고, 위험에 처하면 바로 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거죠.
🤷♂️ “위반 사실 있어, 없어?” 산재 예방보다 책임 돌리기 공방을 부추기는 법제도
자본의 ‘노동자 탓’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고용노동부령으로 제정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무려 673개의 조항이 있어요. 각 업종과 취급하는 물품에 따라 세부적으로 구분한 듯 보이지만, 이 시행규칙들은 각 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재사망 사고의 핵심 원인을 다루기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에 관한 공방을 위한 장치처럼 사용되고 있어요.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업장이 이 조항을 위반 했냐, 안 했냐’만 따지고 있는 거죠.
💸 중대재해처벌법은 로펌들의 ‘신시장’?!?
산업안전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필요해요. 그런데 사측은 ‘누가 죽지도 않았는데’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며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를 남발하기도 하고요. 중대재해처벌법이 로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었다는 평가까지 나와요. 산재 예방이 아니라, ‘자본의 죄를 덜어주겠다’ 약속하는 로펌들에게 돈이 쏠리는 현실, 이게 맞나요?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
산업재해가 계속 반복되는 사이, 가장 많이 다치고 죽는 사람들은 단연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이에요.
- 지난 6월 24일은 아리셀 화재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되는 날이었죠. 경기도가 1주기를 맞이해 발간한 참사보고서의 제목은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였어요.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그 중에는 17명의 중국인과, 1명의 라오스인이 있었어요. 아리셀 참사는 우리 사회의 위험이 ‘외주화’와 함께 ‘이주화’ 되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어요.
- 매일 사람이 바뀌던 공장에서 가장 오래 일했던 사람들은 결혼이주민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었어요. 회사는 이들에게 어떤 물품을 취급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대피로도 교육하지 않았고요. 하청노동자, 이주민, 여성, 병력 등 기존의 차별의 구조를 타고 노동의 조건과 위험이 흐르고 있어요.
낙인과 차별은 그 자체로 산재 사고를 불평등하게 야기하는 구조적 조건이예요.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인력으로만 보는 정부의 정책들이 ‘위험의 이주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고요. 나이, 인종, 국적, 성별, 원하청-고용형태와 같은 차별의 요인이 산업재해 발생 정도를 비균질하게 만든다는 만든다는 사실은 산업재해가 ‘체제의 문제’라는 방증이기도 해요.
안전한 노동환경, 노동자가 현장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법이 현실을 바꾼다고요?
갖은 법과 고시들이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의 권력관계 때문이죠. 온갖 이유를 들어 임금을 깎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사측에게 노동안전 규칙을 요구하긴 어려울 테니까요. 사측이 신뢰 있는 태도로 노동자를 대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은 사측을 믿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접 몸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고요. 어떤 작업을 할 때 몸에 무리가 가는지,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현장 작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한 현장’을 구성할 때 비로소 산재를 예방할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오랜 산재 투쟁을 통해 얻은 사회적 지식이고요.
🔑 노동자들의 권리를 통해 바뀌는 현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바로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을 통제하는 충분한 권한! 안전한 노동현장의 기본 조건은 바로 민주적인 노동현장이예요. 그래서 노동안전보건 운동은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고요. 민주적 노동조합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죠.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일할 때,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일을 거부할 수 있을 때, 위험한 환경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때 산재 예방에 한발 다가갈 수 있어요.
쉽지 않은 일, 더 큰 변화를 함께 일구자!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요 🚩
-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동환경 변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 때로는 강력한 처벌이 예방의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요.
- 산재사망에도 수천만 원의 벌금과 같은 ‘처벌’로만 끝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예방을 위한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고,
-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 자체를 없애는 노력 역시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길이 될 수 있고요.
좀 더 복잡한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요 🗯
- 안전한 노동환경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하면 추가 근무로 더 많은 임금을 벌어야 하는 누군가는 반대할 수도 있고요.
- 장볼 시간이 없어 새벽배송을 애용하는 누군가의 일상에 짐이 더해질 수 있어요.
- 한편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영역만을 고려하면, 여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는 농업노동자나 자영업자들의 문제도 도외시할 수 있구요.
그러면 방법이 없는 걸까요? 아니죠! 💥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변화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어디선가 먼저 시작하더라도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변화한 모습일 때 우리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겨울 윤석열 퇴진 광장에는 ‘주7일 새벽배송 필요 없는 소비자 모임’이라는 깃발이 등장했었죠. 광장을 채운 깃발처럼 다양한 권리가 모두의 존엄으로 돌아올 그날을 향해. 멈추지 말고 체제전환! 함께 해요!
“ 지금 한국사회가 나갈 방향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시간 결정권을 확대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노동시간과 임금을 보장하는 길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성명]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중단하라!, 2022. 11. 21.
“중대재해처벌법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간절한 열망으로 15년만에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정 이후, 대기업과 경총 등 경영계는 중대재해가 안전규정 미준수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부주의로 발생한다며 언론을 호도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왔다.”
-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성명] 경영계 민원 통로로 전락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나선 기재부 규탄한다, 2022. 8. 26.
“오늘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결과 브리핑은 한편의 비리커넥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국방부에 지체된 납품 물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밀어붙인 결과가 이번 참사를 야기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지체보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생산량을 훨씬 웃도는 무리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아무런 안전장치, 안전 교육도 없이 생산에 투입된 노동자의 죽음은 결국 돈밖에 모르는 탐욕의 자본에 의해 저질러진 ‘기업 살인’이었다.”
-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성명] 이익앞에선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었던 에스코넥, 아리셀의 탐욕과 국가의 총체적 부실이 낳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범죄자들을 즉각 구속하고 엄중하게 죗값을 물어라, 2024. 8. 23.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후 1년, 아리셀 대표이자 참사 책임자 박순관의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요. 집단민사소송도 시작됐고요. 하지만 박순관은 자신이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났어요. 사과도 교섭도 거부한 박순관에 맞서서 유가족들은 계속 싸우고 있어요. 23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박순관 엄정 처벌을 요구하는 행동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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