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으로 읽어드림 No.6 - 2024년 5월 7일자

한국사회-운동의 쟁점을 체제전환의 시선으로 읽어드립니다
매월 첫째 주를 기다려주세요!

쟁점 | 대선 국면, 체제전환운동의 과제
대선이 코앞, 체제전환운동이 부릅니다
세상에 지지말아요♬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했던 순간이 아련해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백만 시민의 함성도(아련 한 스푼) 남태령 고개에서 밤을 지새울 때 쏟아졌던 ‘평등’의 외침도(두 스푼) 눈보라 휘날리는 한남대로 앞에서 보낸 3박 4일의 시간도(세 스푼)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앞을 가득 메웠던 우리의 노래도 귓가를 스쳐요.(아련아련) 두고두고 평가하고 상기해야 할 123일이죠😌

그런데 지금 신문 지면과 뉴스 화면을 채우는 건? 너도 나도 대통령 후보를 자처하며 나서는 정치인들, 쏟아지는 온갖 의제와 쟁점들… 부지불식간에 우리 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함께 익숙하고 지리멸렬한 이전투구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요. 언제 계엄령과 광장 투쟁이 있었냐는 듯 말이죠🥶 

너무 빠르게 환멸과 절망의 시간이 온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그만큼 사회운동이 직면한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도 만만하지 않잖아요? 현재 국면의 문제를 짚어보고, 또 체제전환운동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맛보기로) 살펴봐요!

조기 대선 국면의 세 가지 특징

① ‘대세를 따르라’ : 대세론만이 지배해요🌊

조기 대선의 화두는 50%대에 이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율이죠. 최근에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힘이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징계조차 하지 않고 👉이재명 대항마로 거론되던 국민의힘 인사들이 아무런 비전도 임팩트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예요. 

  • 🐴 ‘어대명’에만 대항하는 국힘 대항마 : 1월부터 국민의힘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차지하다 경선까지 승리한 김문수(전 고용노동부 장관)는 윤석열 내란에 침묵·동조한 국무위원이었어요. 극우 여론이 ‘친윤’에 가장 가까운 그를 점지하면서 대권 주자로 급등극 했지만! 여론의 70%가 계엄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확장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이에요. 반면 한동훈 후보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그나마 ‘자유주의적 상식’ 범주에 있었지만, 검찰 출신 초보 정치인이자 ‘강남 엘리트’라는 딱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경선에서 패배했어요. 어쨌거나 둘 중 누구도 1위 이재명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에 무게만 실어주는 형국인 셈.
  • 🤬 한덕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이런 분위기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측은 한덕수(전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를 밀고 있어요. 한덕수는 내란 시도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심지어 탄핵 심판 진행 과정에서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권한대행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 행사의 제한을 초과했다는 지적, ‘더 큰 책임 지겠다’며 국정을 더 혼란으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요. 이런 자가 차기 대권까지 노린다? 그 자체로 어불성설.
  • 🧐 경쟁 빠진 경선 : ‘어대명’ 분위기는 김경수(전 경남도지사), 김동연(경기도지사), 이재명(전 당대표) 세 명이 경쟁하는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도 또렷했어요. 이재명 대표는 90%에 육박하는 득표를 얻어 후보로 선출됐고, 경선 과정에서는 이를 위협할만한 쟁점이나 화두도 발견하기 어려웠어요. 대선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지금,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② ‘광장은 잊어라’ : 광장의 목소리가 빠졌어요🔇

대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퇴진 광장의 요구는 외면한 채로 ‘우클릭클릭클릭’ 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약스러울 정도예요.

  • 👿 성평등 함구령이나 반페미니즘이냐 :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성평등’과 ‘젠더’ 의제를 의도적으로 공약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이재명 후보 싱크탱크 주요 보직자 65명 중 여성은 5명(7.7%)에 불과하고, 상임고문단 6명도 전부 남성이에요. “논쟁 없는 무난한 승리”를 위해 ‘성평등’을 ‘평등’으로 대체하는 등 후퇴가 현실화되고 있는 거죠. 이는 2030 남성 지지율 하락을 패배 원인으로 삼는 젠더 갈라치기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민의힘은 더 처참해요.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전 대구시장)는 성평등을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피시(PC)주의”라고 낙인찍으면서  ‘건강한 가정’을 강조하는 극우식 ‘패밀리즘’을 공약이랍시고 들고 나왔어요. 김문수도 경기도지사 시절 ‘여성 안심귀갓길’을 없앤 것을 성과로 내세웠고요. 한동훈 역시 ‘비동의 강간죄’가 “억울한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혔어요.
  • 🚩 광장에서 함께 투쟁한 노동자들은 저 멀리 : 한화오션 조선하청 노동자 김형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의 고공농성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예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인력 부족, 열악한 노동환경, 방학 기간 임금 공백의 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요.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임금·복지 후퇴 위기에 직면해 있어요.
  • 🦶 백스텝 오지게 밟는 민주당 : 이재명은 지난 1월부터 중도 및 보수 유권자들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왔어요. “민주당이 중도보수의 역할도 해야 한다”며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의지 표명은 당 내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요.  특히 원전 수명 연장과 원전·신재생에너지를 병행 투자하겠다는 ‘에너지 믹스’ 전략이나 상속세 부담 완화 추진 정책은 심각해요. 시민사회운동이 제기해왔던 탈원전 및 공공재생에너지 강화, 빈부격차 축소를 위한 조세제도와는 완전 딴판이죠.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첫 일정에서는 각각 9번과 3번의 계엄령을 발령하고 수 많은 민중을 학살하며 저항을 틀어막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어요. 게다가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어요. 광폭(廣幅: 넓은 폭) 행보라기보다 광폭(狂暴: 미쳐 날뛰듯이 매우 거칠고 사나움) 행보에 가까워 보여요.

③ ‘위기는 위기다’ : 현재 위기에 대한 근본적 진단이 없어요☄️

  • 📢 더 확장될지도 모르는 극우 세력 : 극우 세력은 탄핵 결과를 부정하며 아스팔트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요. 이들의 행동이 윤석열을 복귀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극우 세력의 확장으로는 이어질 수 있어요. 2017년 박근혜가 파면과 조기 대면 시기에는 그 누구도 아스팔트 극우가 한국사회를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8년 동안 극우 세력은 정치적·경제적 결사체로서의 조직화 토대를 다져왔고요. 방향 잃은 분노와 불만이 정치를 통해 계속 격돌하는 구도가 이어진다면 ‘민주주의’라는 외피 또한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어요.  
  • 💣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심화된 위기 : 경기침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된 결과예요.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을 확신시키고, 복지를 축소하고, 조세 정의를 약화시키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왔어요.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요. 지속적인 이윤 축적을 위해 사회적 재생산·환경·정치를 끊임없이 침식해왔고, 돌봄노동·교육·의료 등 재생산 영역을 시장화해 위기를 확산시켰어요. 즉,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드러난 한국 제도정치의 모순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축적 위기와 통치 엘리트들이 번갈아가며 키워온 갈등 구조가 폭발한 거예요.
  • 🔑 실용주의가 해답? : 이재명은 ‘먹사니즘’의 핵심을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라고 하면서 경제 성장과 혁신을 민생 해결의 출발점으로 제시해요. ‘잘사니즘’ 역시 “공정 성장”과 “성장 전략 마련을 우선”하되 분배와 선순환 구조를 통해 과실을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하고요.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전통적 성장주의 프레임을 반복하면서 종부세·금투세·상속세 등의 삭감을 밀어붙이기도 해요. 이재명식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은 겉으로는 민생과 포용, ‘모두의 행복’을 강조하지만, 실제 정책 방향과 담론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성장주의와 실용주의에 포획되어 있어요. ‘선성장·후분배’라는 박정희식 개발국가 모델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가 혼합된 셈이죠. 실제로 “진보든 보수든 유용한 정책이면 총동원”, “경제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등 경제 실용주의와 탈이념을 강조하고 있어요. 또 ‘공정 성장’과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워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의 균형, 노동유연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요. 결국 노동권 후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광장을 휘감던 n개의 위기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최근 각 대학에선 학생운동을 향한 백래시가 상당해요. 노동조합의 정치적 자신감은 희미해졌고, 장애인 권리를 향한 울부짖음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정치인들은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고요.

대선 시기, 우리의 과제

광장의 요구가 가리키는 곳에서 우리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

  • 👀 광장의 외침과 투쟁은 이제 끝났냐고요? : 전혀 그렇지 않아요. 광장을 채웠던 많은 사람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불평등과 차별로 얼룩진 우리들의 삶도 계속되고요. 우리의 싸움은 이제 하나의 고비를 넘어섰을 뿐이죠…!
  • 🗯 사회운동에게 선거가 왜 중요하냐고요? : 대중 투쟁 국면이 끝나고 대중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때, 다양한 비전들이 부딪히고 경쟁할 수 있는 열린 논쟁의 장이 열리기 때문이죠. 
  • 🗳 ‘정권교체’라는 목표만이라도 얻어야 하지 않냐고요? : 윤석열은 어떤 우연과 특별한 광기의 산물이 아니예요. 거대양당 정치의 모순이 윤석열을 낳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들로부터 극우세력이 확장했어요. 우리의 광장을 ‘정권교체’라는 목표로 협소화하는 건 과오의 반복일 따름이죠. 대신 우리는 광장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들을 확장하고 연결해야 해요. 우리 사회를 보다 평등으로 바꾸기 위해 사회운동을 두텁고 넓게 다져야 하고요. 그 여정 속에서 더 나은 정치도 가능하고, 착취와 경쟁, 혐오로 얼룩진 질서도 바꿀 수 있어요.
  • 🎢 반보수전선의 승리를 위해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야 하지 않냐고요? : 민주당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고, 한국 정치를 끝없는 이전투구 현장으로 만든 거대 양당의 한 축이예요. ‘정리해고제’(근로기준법 31조에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조항 추가)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정부였고, 비정규직 및 기간제 노동의 제도적 틀(기간제법 제정 및 파견법 개정)을 마련한 건 노무현 정부였어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금융시장 자유화를 심화했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인다며 재벌 규제를 대폭 완화했죠. 공공부문 시장화나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많은 조치들 역시 민주당 정권 하에서 이루어졌어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은 수정당”이라고 표명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인 셈.
  • ✊ 대선 시기 체제전환운동은 :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주류 정치의 기득권자들이 말하는 대안이 왜 허구적이고 심지어 기만적인지를 언어와하고 가시화할 필요가 있어요. 광장의 요구가 가리키는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불평등과 착취, 전쟁에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외침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우리의 대안을 쉼없이 말해야 하고요. 또한 우리는 윤석열을 파면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직 미완성형의 대중운동 위에 서있기도 해요. 광장이 만든 극우 세력에 대한 저지선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어요. 사회운동은 극우 세력을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도전으로 인식하면서 긴 전망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해요.

대선 국면에서 사회운동의 흐름과 함께

  • 🎤 이번 대선에서 사회운동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노동운동·사회운동단체,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동조합들은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를 결성했어요. 권영국·한상균 두 후보가 경선에 출마한 가운데 권영국(현 정의당 대표)을 공식 후보로 선출했고요. 광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선 정국에서 광장의 외침을 대변하고, ‘윤석열들 없는 나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가 당연한 나라’ 등 체제전환 정치를 펼쳐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어요.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도 함께 하고 있는 일부 단체 및 활동가들도 함께 하고 있어서 주목할 필요!
  •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성평등·인권 의제, 전반적인 사회대개혁 과제에 대해서 정치의 책임있는 응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건은 계속 확인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사회’가 각 사회운동의 공통 방향으로 설정·가시화되도록 차별금지법과 연결하고 조직해나가겠다고 결의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논의의 장을 열면서 입법 진전을 이끌어내고, 각 현장과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조직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예요.
  • ☂️ ‘성평등정치로 가는 페미니스트 공동행동’은 오는 5월 10일(토) ‘윤석열 파면한 페미니스트 대행진’을 앞두고 있어요. 이어서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한 표! 세상은 바뀌는 중입니다. 당신의 참여만큼”이라는 슬로건 하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5월 12일부터 6월 2일까지 3주간 성평등 의제를 알리고 성평등 선언을 조직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고요.
  • 🏳️‍🌈 성소수차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무지개 수호대’라는 이름의 대선 대응 캠페인을 통해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광장을 대선 이후 한국 사회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이를 위해 동성혼 법제화, 성별인정법 제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등 성소수자 운동이 제기해온 21가지를 대선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 🌎 2038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28기가 폐쇄될 예정인데요. 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 조치지만, 정부는 여전히 발전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고용·생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어요. 기후정의운동 진영은 대선 한가운인 5월 31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행진을 개최해요. 줄줄이 이어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걸고 계속 투쟁해나갈 계획이고요. 

  


입장 | 체제전환의 시선으로
풀뿌리 조직화를 구체화하는 운동으로!

오늘의 정치·사회 위기는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공공성 축소에 따른 모순에 의해 야기됐어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사회서비스는 축소되고, 노동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해졌고요. 이렇게 심화된 불평등과 고용 불안, 실업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고 불만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이는 곧 제도정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어요. 사회운동이 신자유주의 통치 세력에 맞서, 평등과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죠. 지난 겨울 광장의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만이 아니라 ‘사회대개혁’을 외쳤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요. 내란범들을 몰아내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예요.

이럴 때일수록 뒷걸음질치거나 정치적 기권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없죠!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자신감 있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해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운동을 계속 확장해야 하고요. 위기의 시대에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이 체제가 야기한 자기 삶의 위기에 고통받고 있고, 더불어 그 고통을 끝낼 의지와 존엄이 있어요. 대중들의 이데올로기가 한참 뒤쳐진 것처럼 보이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것만 같은 지리멸렬한 시공간조차 운동이 파열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해요.

대선 이후 정세에서 체제전환운동은 풀뿌리 조직화를 구체화하고 실질화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사실 풀뿌리 조직화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공유된 전략의 주제이기도 해요.  지난 4월 24일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워크숍에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조직화”로서, 지역 모임 활성화와 노동조합 조직화 등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었어요.

운동을 관통하는 일관된 하나의 조직화 전략이나 기법을 갖기란 어려울 거예요. 각자의 운동이 실천한 결과가 무엇으로 등장할 수 있는지 그림을 함께 그리는 과정으로서 풀뿌리 조직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가령 파면 투쟁을 거치며 얻은 구체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이 논의를 함께 펼치기 위한 장을 기획하고, 지역에서 체제전환운동의 구심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험을 공유·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한 과제예요. 특정한 의제나 운동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운동을 확장하고 대중을 조직해가는 과정을 함께 겪는 것, 궁극적으로 체제전환운동의 입장을 쌓고 체제전환운동이란 이름으로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을 다양하고 두텁고 촉진하기 위한 방안, 풀뿌리 조직화의 밑그림도 앞으로 함께 만들어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