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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화려하게 치장된 APEC, 1%만을 위한 번영을 약속할 뿐
-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 비판 성명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 중국 시진핑,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필리핀의 봉봉 마르코스,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캄보디아의 훈 마넷 등 각국의 권위주의적 통치자들도 나란히 참석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정상회의 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10월 29일에는 미국 사회를 인종주의·반이주민 정책으로 병들게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의 공식 슬로건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연결·혁신·번영)”이다. 하지만 이 회의에 참가하는 정치 리더들 누구로부터도 ‘지속가능성’과 ‘내일’을 찾아볼 순 없다. 이들이 말하는 번영은 ‘1퍼센트 자본가들’만을 위한 번영이며, 이들이 말하는 ‘혁신’은 더 많은 착취와 이윤을 위한 ‘혁신’이기 때문이다.
이 화려하지만 속 빈 구호의 이면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적 세계질서 재편이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Liberation Day Tariffs)’ 등 ‘관세’를 무기로 한 압박은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미국 자본의 이윤과 헤게모니를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 무기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른바 동맹국들을 자국 자본의 하청체계로 재편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초국적 자본이 공급망·에너지·기술 표준을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야합의 회담이다. APEC은 그 이름처럼 ‘아시아·태평양’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 회의는 대기업과 금융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노동의 불안정화, 생태 파괴, 사회공공성의 축소를 구조적으로 확대시키는 장치로 기능하거나, 이를 위한 화려한 포장지 구실을 할 뿐이다. 경주에 모일 이들은 세계경제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 불평등을 새로운 형태로 재조직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모이는 우두한 권력자들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는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경제안보 협력”이라 부르며, ‘어려운’ 세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안이 워낙 강탈적이기에 협상 타결 자체도 쉽지 않겠으나, 설사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큰 문제를 낳는다. 이 합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성과가 아니라, 경제적 종속과 민중에 대한 수탈을 제도화하는 불평등한 거래에 불과하다. 한국의 공적자금·연기금·산업자본이 미국 금융시장과 에너지기업의 이윤 구조 속으로 편입되는 순간, 그 ‘경제안보’는 더 이상 ‘국민의 안보’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을 위한 안보’로 전락할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폭력이자 협박이다. 더구나 미국 사회의 평범한 시민 누구도 이런 강탈을 요구한 바 없고, 실상 그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인종차별과 여성에 대한 재생산 권리 박탈을 심화시키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그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니 트럼프의 관세 협박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위한 강탈일 뿐이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한국은 외환보유고와 재정안정을 잃고 금융불안을 자초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국의 정치적 압력을 ‘안보’의 언어로 포장하며, 국민적 논의 없이 수천억 달러의 공적 자원을 트럼프식의 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자본의 축적체계에 넘겨주려 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스스로의 경제를 통제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문제, 생존권에 대한 약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국가 대 국가’의 관점에 머물러 이 협상의 모순을 환원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민중이 배제된 채 국가와 자본이 거래의 주체로 서는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혼돈으로 점철되는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으로서 ‘다극화 담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운동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다극화’란 결국 자본 간 경쟁의 다극화, 즉 거래적 제국주의 질서의 블록화에 불과하다.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 대국들은 미국 패권에 맞서 ‘다극화’를 외치지만, 이들 국가들 역시 자국 자본의 해외시장 확대를 우선시하며 노동·시민·생태의 권리를 위한 국제적 공조에는 무관심하다.
지금 시기 패권주의적인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비자본주의적 세계질서의 구축’에 있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전면화하는 것만이 야만의 세계 체제에 맞선 유일한 대안임을 잊지 않고 있는 사회운동은 트럼프식의 거래적 제국주의, 혹은 자본의 다극화에 맞서, 다시 ‘대안세계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농민·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 경쟁이 아닌 연대의 질서로 자신의 세계를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실행은 국가 간 세력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착취 체계에 맞선 국제적 평등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APEC 정상회의는 노동자의 임금을 억누르고,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며,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정책들로 구체화된다. 그들은 ‘경제 성장’을 말하지만, 그 성장은 생태적 파괴와 사회적 희생 위에서만 가능한 허상이다.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을 넘어, 자본과 생명, 이윤과 존엄, 성장과 정의 사이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투쟁을 재개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단초는 대안세계화운동의 복권과 재발명에 있다. 21세기형 대안세계화운동은 1990년대~2000년대에 전개된 WTO·IMF 반대 운동의 연속선 위에 있으면서도, 생태·젠더·탈식민·기후정의 같은 새롭게 제기되어온 사회운동 의제를 결합한다. 그것은 국가 간 무역·투자의 축소가 아니라, 노동·기후·젠더 정의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협력 체계의 재편을 목표로 한다. 이 운동의 슬로건은 여전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이지만,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재편이 아닌 해체와 재구성을 가리킨다.
경주에서, APEC의 무대 밖에서, 진정한 경제 정의와 사회적 평화를 향한 국제연대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때다. 오는 10월 29일 경주를 찾을 트럼프에 맞서, 그리고 11월 1일 APEC 정상회의의 기만에 맞서 함께 ‘대안’을 이야기하자!
2025년 10월 27일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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