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물] 12.3 비상계엄 1년 <평등으로> 특별호](https://cdn.prod.website-files.com/6560be4e64c0b2220d95cf2e/692efa719b2f15c1ebcd312e_2025-1203_leaflet_1210parade_pre.png)
12.3 비상계엄 1년 <평등으로> 특별호
발행 :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공동주최 76개 단위
📄 우리는 광장을 잊지 않는다 - 불평등 확대로 치닫는 이재명표 ‘실용노선
파면 이후 8개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 사회는 광장의 외침에 응답하고 있는가? 정부와 대통령은 광장에 나섰던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는가? 우리의 삶은 달라지고 있는가? 불행히도 우리는 이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지난 반년, 이재명 정부를 대표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실용주의, 코스피, 인공지능으로 집약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보다 국민의 삶을 최우선하겠다”고 강조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분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정례화하거나, 능력 중심의 '실용 내각'을 구성해 국정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어필했다.
불평등 해소에는 무관심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구체 정책은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불평등 확대로 향하고 있다. 우선 새 정부는 ‘실용’을 핑계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버림으로써,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를 무너뜨렸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시장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부자들에게 민감한 이슈인데, ‘코스피 5천’이라는 미망(迷妄)을 명분삼아 자산가들의 이익만 대변한 것이다. 이는 복지 확대를 위한 세수 기반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증진을 이유로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거나 노동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 역시 노동자 건강권을 기업 이윤에 종속시키는 조치란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에 반해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인상된 10,320원으로 결정해, 이재명의 ‘먹사니즘’이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걸 스스로 고백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이런 미미한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실용외교’에 민중의 삶은 없다
이재명표 실용의 민낯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른 협상 결과였다.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미·중 갈등 속 줄타기 외교 노선을 구사하고 APEC 경주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번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및 통상·투자 합의에 대해 주류 언론과 여권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협상 결과는 실제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에 냉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관세 장벽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함에 따라, 원화 가치는 끝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물가 폭등으로 직결되며, 물가 상승은 자산이 많은 부유층보다 벌이의 대부분을 생계비로 쓰는 하위 50%에게 훨씬 치명적이다. 명목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라 임금 삭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용과 사회서비스 세수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민생·평화 망치는 핵추진 잠수함 타령
더불어 이재명 정부는 ‘자주국방’이란 미명 하에 트럼프로부터 핵추진 잠수합 도입을 허락받았다. 이 불행한 오판은 한국을 미·중 패권 전쟁의 최전선 총알받이로 내몰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상납하게 될 것이다.
핵잠수함 1척당 건조 비용은 최소 2조 원 이상이며, 3척 운용 체제를 갖추려면 초기 비용만 6조~10조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핵연료 처리나 안전관리시설 등 유지보수 비용도 상당하다. 이 막대한 예산은 공공의료·기후위기 대응·돌봄서비스 등 절박한 민생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의 명분은 ‘대북 억지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 증강을 정당화한다. 이는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동아시아 전체를 ‘화약고’로 만들 것이다.
게다가 남한이 핵연료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면서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흔들고, 북한의 핵 고도화에 명분만 부여할 뿐이다.
내란의 토대는 불평등·혐오였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우리는 윤석열의 계엄이 단지 몇몇 미친자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혐오를 토대로 형성된 극우 대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인식했다. 불평등과 혐오를 해소하는 것이 곧 내란 극복이라고 말했다. 내란 공범 처벌은 너무도 중요한 과제지만,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을 극복하려 하지 않으면, ‘넥스트 윤석열’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불행히도 집권여당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본가를 위한 ‘실용’만 앵무새처럼 외고 있다.
계엄 1년을 맞아 우리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실용노선’이 아니라, 체제전환 없이는 사소한 개혁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 점은 성차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외면하고 ‘역차별 조사’를 강조해 성평등 의제를 갈등 프레임에 불필요하게 가두고 있다.
오늘 사회운동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땅의 불평등과 차별,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공공성 든든한 나라, 진보정치 빛나는 나라’를 지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이를 위한 실천들을 보다 두텁고 단단하게, 서로를 가로지르며 이어가야 한다.
계엄 1년은 단지 1년 전 오늘을 추억처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제들을 떠올리고 새로운 실천을 기약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 절차와 원칙 잊은 집권여당과의 공동주최 결정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계엄 1년 집회를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과 공동주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연대체의 민주적 운영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길도 아니다. 비상행동이 해산할 때 기록기념위원회를 남겨놓은 것은 말 그대로 ‘기록·기념 사업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 것이지, 광장의 요구를 뭉개고 불평등 해소에 무관심한 집권당여과의 공동주최를 결정할 권한까지 부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결정 과정에서 기존 비상행동 소속 단체들이나 공동대표들과 논의하지도 않았다. 이는 명백한월권 행위다. 연대체의 민주적 운영 규범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지향과 원칙마저 위태롭게 한다. 기본을 망각하고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비상행동 내 일부 인사들의 독단적 행위는 한국 사회운동의 연대운동 전통을 위태롭게 하고, 광장의 기억을 위태롭게 만든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과정에 관여한 이들의 깊은 성찰과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
📄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 - K-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인가?
이재명 정부가 25살의 꿈 많던 청년 여성 뚜안을 죽였다. 존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길거리 청소하듯 진행된 정부의 미등록이주민 합동단속에 의해 사망했다. APEC 개최를 빌미로 자행된 이주민에 대한 살인이다. 윤석열 정권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때 시작한 미등록 이주민 절반을 감축한다는 목표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미등록 40만명을 20만명으로 어떻게 줄인다는 것인가? 결국은 폭력으로 이주노동자를 토끼몰이식 단속하며, 짐승 사냥하듯 추격전을 벌였다. 놀란 이주노동자들은 도망가다 추락하고, 넘어지고, 기계에 끼이고 심지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제단속으로 추방한 숫자만큼 미등록은 계속 늘어났다. 인신매매, 현대판 노예제라 불리는 이주노동자 고용제도는 미등록을 계속 양산한다. 제도가 착취적이니, 제도를 이탈하거나 비자를 못 받으면 미등록이 된다. 뚜안처럼 유학생 비자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비자를 받지 못하고 일하면 단속의 대상이다. 체류비자는 주면서 취업하면 안 된다니, 그럼 어떻게 먹고 살라는 것인가? 이렇게 잘못된 제도와 죽음의 강제단속 정책을 이재명 정부에서는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결국 10월 28일, 뚜안은 단속에 추락, 즉사했다. 이주노동자도 탄핵을 넘어 평등 세상을 염원하며 함께 광장을 지켰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에 기반한 K-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저 폭력이다. 유족은 영정을 품고거리에 나섰다.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는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막고자 하
는 이들이 연대하는 공동체로서 10월 17일에 출범하였다. ‘사람이 왔다’는 뚜안의 죽음을 추모하며, ‘더이상 죽이지말라!’는 유족과 이주노동자의 외침이 관철될 때까지 싸워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준비하는 미래는 이주노동자가 웃으며 행복한 세상도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야 할 길이다. 12월 14일(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함께 하자! 평등으로 가는 행진에 깃발을 함께 들자!
─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 극우세력의 혐중 선동에 맞선 싸움 - 이주민 공동체와의 연대를!
계엄 이후 1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지만, 어떤 사람의 삶과 존엄이 여전히 짓밟히고 있다면 그것은 계엄 상황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혐오와 폭력이 진화하며 한국 사회에 기생하고 있다.
4월 17일 밤 사건은 계엄만큼 충격적이었다. 과잠을 입고 태극기를 흔드는 수백 명이 서울 자양동에 들이닥쳤다. 건대 양꼬치거리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중국계 이주민 밀집지역이자 국적 구분 없이 즐겨 찾는 명소다. 극우 시위대는 한창 장사 중인 골목을 활보하며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쏟아냈다. ‘짱X! 북괴! 짱X!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는 혐오로 점철된, 이른바 ‘짱북송’으로 불리는 노래가 동네에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9월 25일, 극우세력은 대림동에서 또 한 번의 ‘혐중 집회’를 예고했다. 명동에서의 ‘혐중 집회’가 제한 통고를 받자, 다수의 이주민이 모여 사는 대림동으로 몰려오기로 한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건대 난동과 달리 이번에는 뭔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주민 공동체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또 한 번의 대항 행동이 준비됐다.
9월의 행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주민들은 혐오 세력이 대림동에서 떠날 것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혐오의 사슬을 끊어내지 않으면, 또 다른 소수자 공동체와 지역을 표적 삼을 것은 자명하다. 혐오의 재생산을 충분히 목격해 오지 않았던가.
반대편에서 고성능 스피커로 송출하는 구호가 들렸다. 그들이 “한미동맹 만세”를 외치면, 우리는 “연대 만세!”를 외치며 맞불을 놓았다. 그날 연대의 감각은 현장에 있는 모두에게 아로새겨졌다.
언어와 문화가 상이한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에게 관계의 결핍은 상수다. 반면 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쉽게 노출되는 건 자극적 콘텐츠들이다. 따라서 이주민들에게 한국 사회에는 한 줌의 혐오세력말고도 그에 맞선 건강한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대항 집회는 그러한 목소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요하다.
우리 모두 혐오의 폐해를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그 재생산의 사슬을 끊어버릴 적기일지 모른다. 더 많은 현장과 대안을 용감하게 조직하자!
─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 학생인권 후퇴에 맞서 - 여전히 지속되는 시대 역행에 맞서
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또다시 주목받는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2024년에 이미 폐지안을 통과시켜 한바탕 싸운 끝에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현재인데, 얼마 전 폐지안을 재차 안건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학생인권을 공격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와 어린이·청소년 인권의 어두운 현황에 앞길이 막막해지는 요즘이다.
윤석열 정권 시기 청소년인권은 각종 공격과 왜곡, 폄하의 대상이 되어 너덜너덜해졌다. 충남과 서울에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됐으며,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의 생존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학생인권 보장이 교사를 위협한다는 궤변이 힘을 얻으면서 교권 대 학생인권이라는 괴상한 프레임이 대두되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흔들린다. 윤석열의 수감 이후에도 우리가 여전히 마주한 현실이다. 전국 어디든 적용될 수 있는 학생인권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지도 관심도 딱히 없어 보인다.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한다고 SNS에 쓸 시간에 학생인권법안을 논의하고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독재를 몰아낸 광장의 힘은 여전히 선명하게 반짝이지만, 어떤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더라도 곧바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안다. 평등의 시대로 향하려는 노력을 역행하는 폭력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우리는 이를 막아내기 위해 다시 모이기도 했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의회에서, 각자의 자리를 연결해내면서 학생인권의 후퇴에 맞설 힘을 모아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 은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의 그늘에서 -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투쟁
올해 7명의 노동자가 쿠팡에서 일하다 죽었다. 현대차 하청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현대차 경비대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의 고공농성은 300일이 되어간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진짜사장과 교섭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지치지 않고 투쟁에 나선다. 특히 진짜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이어진다.
GM의 물류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11월 17일과 18일에 파업에 나섰다. 물류가 속해있는 정비부문을 폐쇄한다면서 하청업체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GM에 맞서, ‘진짜사장 GM이 고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전KPS 노동자들도 11월 19일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해 직접고용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도 11월 26일 전면파업 이후, 순환파업을 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농성도 하고 있다. 2021년에 합의한 소속기관 전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투쟁이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도 지명파업과 순환파업을 하고 있다. 임금인상과 인력 충원을 틀어막는 기획재정부 지침 때문에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지역지부도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죽음을 막기 위해 4조2교대 근무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파업과 단식에 나섰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도 시작됐다. 11월 25일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의 민족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배달의민족에서 시범 운영한 배달앱 ‘로드러너’가 속도경쟁을 부추기고 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쳤다.
노동자의 권리는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쟁을 통해서 찾는 것임을, 거리와 현장에서 울려퍼지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알려주고 있다.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봉쇄된 바다를 뚫고 가자지구로 간 이유
지난 9월 27일, ‘가자로 가는 천 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은 이탈리아의 작은 항구에서 출항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봉쇄를 뚫기 위한 인도주의적 구호 항해를 시작했다. 20여 개국에서 온 70명의 시민이 9척의 배에 탑승했고 나는 선원으로 함께했다.
항해를 시작한 지 11일째 되는 10월 8일 새벽 2시, 가자지구로부터 약 120해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배와 승선원들이 불법 나포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했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앞바다도 점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앞바다에 매장된 석유·가스 자원이 가져올 수백조 원의 경제적 이익,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로 개발을 위해 이스라엘 주도로 전 세계 국가들이 자원 수탈에 가담하고 있다. 지난 10월 유엔 보고서에서 한국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집단학살을 방관하고 공모하는 63개국에, 팔레스타인을 공습하는 F-35 전투기에 부품을 지원하는 19개국에 포함됐다. 또한 한국석유공사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은 팔레스타인 앞바다 자원을 수탈하고 있다.
왜 항해하는가? 국민으로서 제노사이드에 가담하는 한국의 만행에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계 시민으로서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제노사이드를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항해가 너무 긴 시간 고립되어 굶주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식민 점령한 지 77년, 우리는 팔레스타인에서 참혹한 시신들을 마주해야 했는데 2025년 우리가 마주한 주검은 아사로 인해 배가 부풀어 오른 시체였다. 이제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가자지구의 풍경에는 돌무더기 폐허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시체 더미가 있다. 눈앞에 아름다운 것과 끔찍한 것이 뒤섞여 아른거린다.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빛이 세계의 구석구석에 닿고, 이 물이 세계의 모든
가장자리에 닿는 것이라면, 그런 이치로 우리들의 작은 배도 가자의 아름다운 해안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강에서부터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계속해서 우리는 출항한다.
─ 해초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 팔지마 공공의 땅, 내놔라 공공임대!
지난겨울, 윤석열 관저가 있는 한강진에서 눈을 맞으며 밤을 지새울 때 깜박 졸아 꿈을 꾼 적이 있다.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에서 늑대의 입김에도 무너지지 않은 셋째의 벽돌집 꿈이었다. 현실에서 늑대는 태풍과 폭우·폭염·혹한 그리고 비자발적 퇴거로 덮쳐온다. 그 앞에서 누구도 위험한 집에 살도록 방치돼선 안 된다는 게 이 동화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 아닐까. 개인 능력이 아니라 공적 책임으로 안전한 주거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요구하는 주거권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주택 논쟁은 분양가, 세금, 규제 완화에 집중되어 왔다. 역대 정부마다 ‘주택공급 만능론’을 반복하며 부수고 짓기를 반복하는 동안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3.4년에 불과했으며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의 삶은 파괴되고 주택은 권리가 아닌 투기 상품이 되었다. 이는 상위 20%가 보유한 순자산이 하위 20%의 125배를 넘는,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개발규제 완화에는 한 몸이다. 작
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무력화시키는 개정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불평등을 강화해 온 기조의 답습인 것이다. 지난 11월 이재명 정부의 공공자산 매각 중단 긴급지시는 오세훈 서울시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공공토지 ‘용산정비창’을 다국적 민간 기업에 매각하려는 오세훈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을 강행했다.
윤석열을 물리친 광장에는 철거민·쪽방주민·홈리스·수급자·장애인들이 있었다. 그들에
게 ‘안전한 집’이란 민주주의는 아직 요원하다. 이윤을 위해 사람들을 쫓아내며 질주하는 부동산 자본을 주거권 운동을 통해 저지해야 한다.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임대료 상한제·계속 거주권 등 세입자 권리를 높여 보편적 주거권을 쟁취하자.
집은 평범한 삶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투기 수단이 어선 안 된다. 안전한 집을 마련할 돈이 없는 이들이 더 열악한 조건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공공이 책임지고 함께 누리는 주거, 주거공공성의 확대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과제다.
─ 이경희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지역이 처한 곤경을 신공항 건설이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1년을 통틀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특별했던 일은 9월 11일에 있었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1심 취소판결이었다. 법원 앞을 가득 메우고 소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고 박수치다가 이내 눈물바다가 되어 서로를 안아주던 그날이 생생하다. 그 순간만큼은 여의도와 남태령, 한강진과 동십자각대로에서 내란종식을 외치던 그 춥고 분통터지던 날들을 잠깐 잊을 정도였다.
하지만 판결 이후 국토교통부는 항소를 제기했고, 새만금신공항취소국민소송인단이 제출한 집행정지 신청은 유례없이 2개월이 지나도록 결정되지 않고 있다. 역사적 취소판결 후에 오히려 국민소송인단은 현재 2건으로 늘어난 소송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11개는 연간 1,400억원이 넘는 만성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10개의 신공항을 짓겠다는 발상! 새만금신공항 계획도 그중 하나다. 모든 사회적 활동과 가치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쓸모가 결정되는 이 시대에 ‘지역균형발전’은 거의 유일한 예외다. 그래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치 모두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운 신공항건설계획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난립 중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같은 경제성 평가 결과는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고, 경제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기후위기·생태환경에 대한 고민은 볼 수 없다.
새만금신공항 취소판결 이후 국민소송인단과 전북도 공무원들이 마주앉은 자리에서 한 공무원은 “적자에 이용객이 없는 빈 공항이더라도, 왜 국비로 지어주는 공항을 우리만 안 할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신공항 건설붐 이면에는 인구와 경제가 수축되는 ’비수도권 지역‘의 곤경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응이 과거의 개발모델을 답습하고, 공항만 지으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고 산업이 번창할 것이란 헛된 선전이어선 안된다. 인간과 비인간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 반생명의 정치가 주도권을 가져서도 안된다. 우리는 신공항을 맹종하는 세력들에 맞서 불평등의 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다시 조직하고 살아갈 방법에 대해 새롭게 상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신공항건설계획 완전 취소는 그 출발점일 것이다.
─ 김성이 (시민건강연구소·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 남태령 이후 우리는…

👉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에 초대합니다
국내 최대의 사회운동 토론의 장으로 자리 잡은 체제전환운동포럼이 2026년 2월 열립니다.
2025년 초 체제전환운동포럼은 한국 사회가 마주한 위기 국면을 맞아 체제전환운동의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연인원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띠고 흥미로운 토론을 가진 바 있습니다.
오는 2026년 포럼에서는 극우 세력화 / 부채와 민중의 권리 / 진보정치 / AI와 체제전환 / 지역에서 체제전환운동하기 등 기획세션을 통해 오늘날 운동이 분석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또, 종합세션에서는 정세전망과 과제를 두고 토론합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참가자들의 신청을 받아 자유세션도 운영합니다.
📲 자유세션 신청 www.gosystemchange.kr/product/2026forum-free-session
2026년 2월 5일(목)부터 3일간, 서울 대방역 서울가족플라자에서 한국 사회운동의 내일을 함께 그립시다!